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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책장

상실의 시대

공방지기 2016. 3. 16. 01:06






한 때 무라카미 하루키가 엄청나게 욕을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글이 외설적이라는 게 이유였죠. 하지만 그런 반응과 달리 소설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 문학계를 강타했습니다. 최근에 나온 IQ84만해도, 엄청난 판매량을 자랑하며 뉴스에 몇 번이고 됐죠.

 

이번에 소개할 책은 <상실의 시대>입니다. 하루키를 일약 스타 작가로 만들어 준, 그리고 하루키 소설 중에 가장 현실적인소설입니다. 현실적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비현실, 혹은 그로테스크, 판타지에 가까운 것들이 존재하는 다른 소설들(3부작이라던가)과 달리 그래도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이야기라는 거겠죠.

 

참고로 상실의 시대의 원제는 <노르웨이의 숲>입니다. 하루키가 당시 번역된 제목을 보고 심기가 불편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확실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상실의 시대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함께 제가 유일하게 두 번 이상을 읽은 하루키의 소설입니다. 해변의 카프카나, 양읠 쫓는 모험 같은 소설은 한 번밖에 읽지 않았죠. 해변의 카프카는 다른 것보다 번역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그와 달리 상실의 시대는 번역체도 매끄럽고, 쉽게 술술 읽히고, 그러면서도 뭔가 강렬한 기억이 남아서 계속해서 읽게 됐죠.

특히 마지막 장의 마지막 장면은 몇 년이 지나도, 몇 번을 되새겨도 새롭게 느껴지는 묘한 마력이 있습니다.

 

2013년에 영화로도 개봉되었습니다만 일본과 국내에서 모두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실제로 보고 온 사람들도 그리 좋은 평을 하지 않았고, 저 역시 감상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키는 신드롬이라 불리고 있고, 이미 읽을 사람들은 읽은 책입니다. 10년이 더 지나면, 죄와 벌처럼 읽지는 알았지만 한 번은 누구나 들어봤을 그런 책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가 되면 하루키는 비난하던 이들도,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명작이라 인정하게 될까요?

 

이상, 상실의 시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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